[특별기고/존 울프스털]“평화 왔다” 외친다고 진짜 평화 올까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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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안도의 한숨’이란 말이 적절할 것 같다. 정상회담 전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까다로운 북한 핵 6자회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합의나 발언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적어도 지금껏 공개된 정상회담의 결과대로라면 남북의 두 지도자는 비핵화를 위해 오랜 시간 논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서로 무리한 약속을 하지도 않았다. 6자회담을 본궤도에서 이탈시키지 않은 채 한반도 안정의 필요성이 잘 부각된 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라크전쟁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미국 백악관은 동아시아에서 또 다른 재앙이 불거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유연한 외교 노력은 지금까지는 성공작인 것 같다. 워싱턴의 중도파 그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핵 협상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최대 외교적 골칫거리인 이란 핵 문제에도 확대 적용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남북한 구체적 방안 모색을

개성공단에 이어 두 번째가 될 경제개발구역을 만들고, 북한 항구를 공동 개발하고, 남북 공동 어로를 위한 군사적 위험지역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의 대외 협력과 경제 개혁을 자극하고, 궁극적인 통일 비용을 줄이며, 남북 간 민간 접촉을 늘리게 만드는 사안들이다. 특히 워싱턴의 관찰자로서 이런 합의가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을 줄이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6자회담이 성공했을 때 북한이 얻게 될 최대 성과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대규모 경제적 지원으로 요약된다. 이런 혜택 제공은 재삼 강조하지만 비핵화의 완성 때까지 비핵화 수준과 연계해 이뤄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한은 6자회담과 병행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모두가 바라는 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류상의 표현’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구조의 진정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여전히 개발하고, 비무장지대에 재래식 무기를 대규모로 전진 배치한 상황에서 ‘평화가 왔다’고 선언만 하는 것이 진짜 평화는 아니지 않은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은 서울과 워싱턴의 고위급 정치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여 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적 친분이나 상호 신뢰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제는 비밀이랄 것도 없다. 이런 걱정이 한순간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조심스럽게 다룬 점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워싱턴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울-워싱턴 관계개선 기대

어렵고도 중요한 북한의 비핵화 노력은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 영변의 3개 핵 시설을 연말까지 불능화한다는 10·3베이징합의는 북한이 2005년 9·19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중요한 성과다.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불능화가 뭔지 합의를 도출했고, 난해한 기술적 방법론의 도출에 다가서 있다.

그러나 북한 핵 시설의 제거와 완제품 핵무기의 제거라는 장기 과제는 몇 년에 걸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변 원자로의 제거는 수억 달러가 필요한데, 북한은 과연 어떤 협조를 할지 명확히 논의된 바도 없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미진한 협상을 고려할 때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어떤 진전도 환영할 만하다.

존 울프스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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