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모처럼 들른 동네 목욕탕에 붙은 안내문이다. 때를 미는 아저씨는 11%나 인상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다른 목욕탕으로 갈까 고민했다. 한국 목욕관리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목욕탕 수는 9000여 개고, 목욕관리(때밀이)를 하는 분들은 3만여 명에 이른다. 요금이 비싸면 다른 곳에 가서 때를 밀면 된다.
그래도 단골인데 하면서 목욕관리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때 밀기 외에 목 안마 서비스가 추가됐다. 500원짜리 음료수도 약속대로 줬다. 11%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동네 목욕탕에 계속 다니기로 맘먹었다. 추가 서비스가 괜찮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도 세금(稅金)으로 임금을 받고 공공 서비스를 생산한다.
정부는 내년에 공무원 총인건비를 7% 늘린다. 공무원 개개인의 임금은 2.5% 오른다고 한다. 공무원 수를 마구 늘린 결과지만 공무원노조는 소비자 물가상승률 3%를 감안하면 0.5%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별 공무원의 실질임금이 준다고 해도 납세자 처지에선 공무원 서비스 요금이 7% 오르는 것이다. 공무원 인건비는 2002년 15조3000억 원에서 2007년 21조8317억 원으로 42.5% 늘었다. 2011년에는 28조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1% 는다. 9년간 87% 인상률이다.
이런 인상률이 적정한지는 말하기 어렵다. 공무원의 적정 임금도 알 길이 없다. 이 서비스는 공무원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재(公共財)이기 때문이다. 때밀이 서비스 시장과 달리 공무원 서비스 시장에선 더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사업자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민(移民) 가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공무원 임금의 적정성 여부를 공무원 지원자 수로 판단한다. 박봉에 힘든 일이라면 지원자가 적을 것이다. 서비스의 질은 국정관리지수나 부패지수 국제순위 등의 총량지표로 평가한다.
지난달 치러진 9급 세무공무원 시험은 1200명 모집에 3만9056명이 응시해 32.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초 발표된 서울시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52 대 1이었다. 현 정부 들어 각종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유력한 증거다.
세계은행이 7월에 발표한 ‘2006년 국정관리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대상 6개 분야 가운데 법치(法治), 규제의 질, 언론자유 등 5개 부문에서 일제히 나빠졌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공무원 부패(腐敗)인식지수도 2005년 40위에서 올해 43위로 떨어졌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이런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납세자들은 퇴직공무원까지 챙겨야 한다. 내년에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만 1조 원의 세금을 내야 하고 2040년에 24조 원으로 늘어난다(본보 9월 22일자 A1면).
목욕관리사 협회는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탄생돼 세계로 전파된 직업이 바로 목욕관리사다. 수준 높은 고객 요구에 부응하려면 항상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민 갈 형편이 못 되니 이번 주말에도 동네 목욕탕에 가서 때나 밀어야겠다.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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