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은 NLL 남쪽 바다를 우리 영토라고 고집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북의 NLL 재설정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의도라면 더욱 큰일이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며 NLL이 휴전선 155마일의 연장인 군사분계선임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장관이 소신을 버려야 할 판이다. 장관이 소신을 버리면 결국 NLL 양보를 전제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노 대통령은 헌법상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 논리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쪽의 누구와 만난 것도 남북 정상회담이 될 수는 없다. 헌법의 선언적 영토 조항과 달리 한반도엔 엄연히 체제가 다른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둘은 군사적 주적(主敵) 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NLL은 분명한 경계선이고 영토선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마련할 때 남측 대표였던 이동복 전 국회의원은 해주항 민간 선박 직통행,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및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이 추진될 경우 북은 NLL을 무력화(無力化)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군사문제는 신뢰 구축을 우선하고 맨 마지막에 NLL과 같은 불가침 영역 문제를 다루는 게 정상(正常)”이라며 국방장관회담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 장관은 NLL에 관한 당초의 소신과 달리 대통령을 의식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기미도 있다. 김 장관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NLL의 무력화를 거든다면 대한민국 국방장관으로서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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