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부(代父)’로 나선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지금까지는 통합이었고 이제는 신당과 민주당, 문 후보가 단일 후보로 연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침을 줬다. 이에 대해 그제 ‘창조한국당’ 발기인대회를 마친 문 씨는 “고마운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오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는 이인제 전 의원도 단일화를 원하고 있다.
신당은 의원 수 141명으로 원내 제1당이다. 대한민국 최대 정당이 192만 명이나 되는 선거인단을 모집해 대선 후보를 선출해 놓고서도 “우리 후보는 아직 예비후보일 뿐”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게 신당의 현주소다. 겸손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그저 ‘살고 보자’는 식으로 당을 급조하고, 유령 선거인단에 대통령 명의까지 도용해 가며 듣도 보도 못한 ‘무법(無法) 경선’을 치른 탓이다. 국민 앞에 차마 나설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라는 범여권의 전략적 선택을 놓고 시비할 생각은 없다. 판단은 결국 유권자들이 할 뿐이다. 그러나 범여권이 다른 것도 아닌 대선후보를 뽑는 일을 원칙도 없고, 명분도 없는 ‘저급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게임’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여권은 오직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마치 서바이벌 게임이라도 하듯 경선-후보 단일화의 다단계 과정을 밟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당의 정체성이나, 후보의 자질이나 적격성을 따져 볼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있다. 더구나 문 씨는 ‘장외(場外) 전략’으로 최소한의 경선 절차도, 검증 과정도 피해 갔다.
이제 대선이 겨우 두 달여 남았다. 단일화를 하려면 빨리 하라. 후보자 등록기간(11월 25, 26일)에 임박해서야 후보를 내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꼼수를 써서는 안 된다. 후보 간 정책 대결에 집중해야 할 때에 ‘단일화 놀음’이나 구경하라는 것인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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