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오승렬]中에 드리운 ‘성장통 먹구름’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3시 01분


베이징에서는 15일부터 21일까지 중국 7300만 공산당원의 큰 잔치인 제17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22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제16기 중앙위원회의 업무 보고, 중국 공산당의 당장(黨章) 수정안 심의 통과, 제17기 중앙위원 선출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잔칫집의 흥청거림이 있어야 할 행사가 긴장감으로 가득 찬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중국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언론 매체 종사자의 휴대전화 문자 통화 내용까지 우려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사가들은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당서기와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 시 당서기의 차세대 지도자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 중국의 고민은 좀 더 근본적인 데 있다.

우선 중국인의 충혈된 눈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주시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개발의 그늘에 묻혀 땅을 헐값에 개발업자에게 넘겨주고도 오르기만 하는 주택 가격을 바라봐야 하고, 턱없이 비싼 진료비에 병원 문턱을 감히 넘기 어려운 것이 그들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의 3D 업종에 종사하는 1억 명이 넘는 농민공의 자녀와 낙후된 농촌지역의 아이들은 기본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다. 낙후지역 노동자의 법정 최저임금이 한 달에 500위안(약 6만5000원) 수준이지만 이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진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식료품 위주로 상승해 중산층과 빈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작년 이후 증권시장의 폭발적인 장세는 보통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이 와중에 남부지역의 한 부동산회사는 무려 4500만 m²의 토지를 점유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 해 8만 건을 넘어서는 민생 관련 시위가 중국을 불안하게 한다.

중국의 좌파 학자들은 빈부격차와 관료 부패가 이미 1949년 국민당 패주 무렵의 수준을 넘어섰고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9월 17일 전직 중국 공산당 간부 170명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 당 대표들에게 ‘사회주의의 기본원칙을 지키자’는 내용의 2만500자에 이르는 호소문을 연명으로 전달했다. 이제 국내총생산(GDP) 성장 이외의 것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회에 임하는 중국 지도부의 처지는 군색할 수밖에 없다.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이 인치(人治)에 의존하기에는 후진타오의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제도적 장치에 의한 합리적 정치를 지향하기에는 아직 중국 정치체제의 민주화가 요원하다. 궁여지책으로 후진타오는 ‘인간중심(以人爲本)’과 ‘과학발전관’을 기치로 내세우지만 다분히 임기응변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공주택 공급, 의료 및 의무교육 보장체계 확대 등의 민생 대책을 내놨으나 규모는 미미하다. 좌파의 높아져 가는 목소리에 대응해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기본노선을 동시에 견지하겠다는 ‘과학발전관’ 역시 ‘어떻게’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속성으로 보아 고성장 동력은 지속되겠지만 이에 따른 성장통은 쉽게 치유할 수 없다. 국내 문제가 두드러질수록 국가주의와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대외정책은 더욱 적극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한반도 접경 동북지역에 대한 팽창 전략을 추구해 왔다. 이웃에 있는 우리로서는 피곤해지는 현실이다. 중국 상황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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