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정동영式스타플레이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갸가 왜 그런다냐.” 2000년 12월 정동영 최고위원이 김대중(DJ) 대통령 면전에서 ‘권노갑 2선 퇴진론’을 들고 나오자 권 고문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DJ를 대신해 민주당 안팎을 관리하던 권 고문은 정 최고위원을 무척 아꼈다. ‘DJ 이후’를 맡길 젊은 세대 중 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포스트 DJ’의 1순위가 이인제 최고위원이었다면, 정 최고는 그 다음쯤 됐다. 물심양면으로 지원도 아끼지 않았기에 권 고문의 충격은 컸다.

▷‘스타 앵커’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6년 15대 총선 때 전국 최다득표까지 기록한 정동영은 ‘권노갑 2선 퇴진론’으로 다시 한 번 스타덤에 올랐다. 2000년 재선에 성공하고, 그해 8월 최고위원 경선에서 한화갑, 이인제, 김중권, 박상천 후보에 이어 5위라는 예상 밖 성적을 거둔 직후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그에겐 ‘신의 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느 글에서 “권 고문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자리할 것”이라고 썼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인간적으로 대단히 미안하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사람이 ‘결과적으로’ 당 해체에 앞장선 꼴이 됐으니 그런 말을 할 만도 했다. 그러나 정 후보 개인에게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 정풍운동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승부수였다.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반노(反盧)로 돌아서지 않았다면 과연 이번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의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정치인 정동영의 스타덤은 권노갑과 노무현의 ‘묘비’ 위에 세워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몸값이 오르자 매니저를 갈아 치우는 스타를 연상시킨다. 그런 정 후보가 이제 다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적자(嫡子)’를 자임하고 있다. 그의 ‘20 대 80 편 가르기’ 대선 전략을 보면 ‘제2의 노무현’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스타의 변신은 그래도 무죄인가.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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