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직후 우리 국민 가운데 정식 학교 교육을 받아본 인구는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75%는 학교 문턱에도 가 보지 못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학교의 원조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은 각각 1885년, 1886년 설립됐다. 우리 근대교육의 역사는 기껏해야 120년 남짓이고 그나마 대중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은 수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희망을 갖게 됐다. 한국은 교육을 통한 사회적 신분 상승이 잘 이뤄진 나라였으나 이젠 다르다. ‘가난한 집 아이가 공부 잘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 오랜 평준화 정책으로 학교 간 경쟁이 사라진 탓이다. 요즘 지방대는 신입생이 오지 않아 비상이 걸렸지만 중고교는 아무 걱정이 없다. ‘친절한 정부’가 알아서 학생을 보내 주고 예산 대부분을 지원한다.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 기왕이면 편한 쪽을 택하는 게 인간 본성이다.
▷이럴 때 학부모들은 자구책으로 사교육을 찾거나 눈을 밖으로 돌려 유학을 보낸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가난한 집안의 한숨소리가 높아 간다. 이것이 요즘 교육 위기의 일면이다. 미국 뉴욕 시가 학생들의 성적이 나쁜 학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도 ‘좋은 학교’ ‘나쁜 학교’를 가려내야 할 때가 됐다. 그런데 정부는 학부모들한테서 그나마 ‘좋은 학교’라는 말을 듣는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다. 후세대의 앞길을 열어 줘야 할 학교가 무능한 것은 죄악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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