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식 훈련도 박 선수가 골프를 좋아했기에 가능했다. 중학생 때이던 겨울 어느 날 아버지가 딸을 골프 연습장에 데려다 주고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깜빡 딸을 잊었다가 오전 4시경 퍼뜩 정신이 들어 연습장에 갔더니 박 선수가 그때까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박 선수는 자녀를 성공시키고 싶은 욕심 많은 부모들에게 “무엇이든 스스로 좋아서 해야 한다. 부모가 억지로 시킨다고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해 여고 시절에 전국 대회를 석권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했던 박 선수가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등극했다. 현역 골퍼 중 최연소 기록이다. 자랑스럽다. 필자는 2001년 박 선수를 인터뷰하면서 아버지 박 씨에게 “딸을 언제 결혼시킬 거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때까지는 결혼을 미루기로 부녀 사이에 약속했다”고 답했다.
▷골프는 심리적 안정을 필요로 하는 민감한 운동이다. 미국 프로골퍼 중에는 마인드 컨트롤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선수가 많다. 불안하면 근육이 경직돼 부드럽고 정확한 샷이 나오기 어렵다. 박 선수가 2년여 동안 컷오프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필자는 젊고 건강한 박 선수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해야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지금, 박 선수의 첫 코치이자 ‘가장 존경하는 남자’인 아버지는 약속대로 다른 남자에게 딸을 넘겨줄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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