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원짜리 슈퍼컴을 2대나 보유한 기상청의 예보가 옛날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높아졌지만 지금도 오보를 적지 않게 내 국민을 골탕 먹일 때가 있다. 기상청은 올해 초 잦은 오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엔 기습황사를 예측하지 못해 산업계에 큰 피해를 안겼다. 올해엔 폭설과 한파 예보가 빗나갔다. 춥고 눈이 오겠다는 예보를 믿고 주말 나들이 계획을 취소한 시민들은 포근한 봄 날씨가 펼쳐지자 기상청에 속은 기분이 들었다.
▷기상청 일부 직원이 납품업체와 짜고 저층 관측에 부적합한 고층 기상관측장비를 사들이고 서류를 ‘적합’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장비는 전파신호도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는 불량제품이었다. 고위직이 부하 직원에게 특정업체 제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천상(天上)을 살피는 기상청 사람들도 지상(地上)의 떡고물에 관심이 더 많았던 탓인가.
▷날씨 예보가 정확하려면 정교한 수치 모델과 이를 운용하는 슈퍼컴도 중요하지만 수치 모델에 대입되는 기압 기온 풍속 등 정확한 관측 데이터가 관건이다. 자체 기상위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질 높은 관측 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슈퍼컴 10대가 있더라도 애당초 입력되는 정보가 부실하면 틀린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날씨 정보는 경제활동과 산업안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날씨 비리’는 맑거나 흐리거나 눈 비 오는 데 따라 생활계획을 바꾸는 많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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