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당선 祝賀金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축하금(祝賀金)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삼성 비자금 특검의 수사 대상에 자신의 당선 축하금을 정조준한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 자금’이 포함되자 계속 침묵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24일 해인사에서 “(나는) 당선 축하금 안 받았거든요”라면서 “어떻든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라고 했다. 결백을 입증하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하지만, 결백 여부와 관계없이 퇴임 후 특검 수사를 받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2002년 여당 경선 때 노무현 예비후보 공보특보였던 유종필(현 민주당 대변인) 씨는 “대선 이후 돈벼락이 떨어지니 (노 후보) 참모들이 이성을 잃은 듯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 후 검찰 수사에서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2003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에서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SK그룹에서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받았다. 노 후보 수행팀장 출신인 여택수 전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이 2003년 8월 롯데에서 받은 3억 원도 당선 축하금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386 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받은 삼성 채권 6억 원 역시 당선 축하금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대선 막바지부터 노 후보 또는 노 당선자 측에 돈을 건네려고 안달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증언도 적지 않다. 노무현 사람들 중에는 ‘위험한 돈’을 물리친 경우도 있겠지만,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군자금’으로 활용한 이도 있을 것이다. 2003년 대선 자금 수사 때 노 대통령의 대선 캠프 관계자들은 5대 기업에서 받은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에서만 3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들통 났다.

▷2002년 대선으로부터 5년이 흘러 측근들이 받은 당선 축하금은 공소시효가 끝났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우 공소시효가 재임 기간에는 정지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당선 축하금을 받았다면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 2004년 검찰의 대선 자금 수사는 대통령에 대해선 미흡했다는 얘기가 검찰 안에서도 나온다. 대통령의 말만으로는 결백이 입증되지 않는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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