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일주]‘기상 선진국’이 살아남는다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2012 여수엑스포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다. 주제 선정의 이유 중 하나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기후조절 메커니즘의 파괴’ 등 바다와 연안의 위기라는 점이 흥미롭다. 여수엑스포 유치는 기후 변화로 지구촌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후와 관련한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 관측 기술 및 정보의 국제적 공유 등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도 무더위가 늦가을까지 계속되고 국지성 호우와 태풍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등 이상기후가 점점 심해진다. 올여름에는 제11호 태풍 나리가 ‘물폭탄’이라고 할 정도의 기록적인 폭우(1923년 이래 하루 최고 강수량인 420mm)를 쏟아 부어 그 상처가 아직도 제주도 곳곳에 남아 있다.

기상이변은 기상예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보면 기상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호우 대설 황사 태풍 같은 악(惡)기상에 대한 특보예측과 일반적인 날씨예보 정확도는 최근 컴퓨터와 관측기술의 발달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예보 기술을 향상하기 위해 독자적인 수치예보 모델 개발, 예보관의 전문성 강화, 기상 전문인력 확보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기상청이 기상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해양 관측 및 연구의 확대다.

대부분의 기상 현상은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다. 전 지구적으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엘니뇨 현상은 바다를 알아야 예측이 가능하다. 매년 한국에 큰 피해를 주는 태풍도 바다에서 생성돼 이동한다. 지구온난화로 점차 강력해지는 태풍의 강도 역시 바다의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저명한 기상학자인 케리 이매뉴얼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태평양의 태풍과 대서양의 허리케인이 해수면 온도 상승과 더불어 점점 더 강해지고 한 번 발생하면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반도에 기록적인 피해를 준 태풍 사라(1959), 루사(2002), 매미(2003)는 따뜻한 바다의 난류 위를 지나면서 세력을 키워 상륙했다.

기상예보는 관측에서 시작된다. 관측을 통해 현재의 기상상태를 파악해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육지에 비해 바다는 관측 자료가 극히 제한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기상예보의 정확성은 해양을 얼마나 잘 관측하고 예측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상청은 해양 관측을 위해 근해에 몇 개의 기상 관측 부이를 운용하지만 실제 예보에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해양 관측과 기상예보가 분리되어 상호 유기적인 협조가 되지 않았는데 좋은 기상 예측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미국이 해양대기청(NOAA) 산하에 기상청과 해양부를 두고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춘 것과 비교가 된다.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바다라고 했다. 각국이 해양 관측과 연구에 전력을 투자하는 이유이다. 기후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는 특정 나라뿐만 아니라 인류의 흥망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기상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기와 해양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해양 관측 및 연구에 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문일주 제주대 해양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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