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대해) 과학은 분명하다. 이젠 정치적 해답이 필요하다.” 회의를 주관하는 이보 데 보에르 기후변화사무국 국장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회의 전망은 밝지 않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할 것이냐, 자율에 맡길 것이냐다. 둘째는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 개발도상국을 포함시킬 것이냐다. 둘 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우선 미국이 요지부동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은 이번에도 어떤 형태의 감축 할당량 설정에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온실가스를 덜 배출해야 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중국과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도는 선진국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부자 나라들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것이다.
▷미중(美中)의 파워게임 속에서 최대한 실익(實益)을 찾겠다는 것이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의 전략이다. 이규용 환경부 장관은 어제 브리핑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참여하겠지만 교토의정서처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강제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중국과 같은 편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선 미국 편이다. ‘포스트 교토’로 가는 험난한 여정에 우리의 줄타기 환경외교도 시작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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