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동 국가들이 원유를 팔아 기반시설을 마련하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오일 머니를 밑천으로 금융 관광 물류 제조업 등 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의 허브이자 우리 수출의 관문 역할을 하는 두바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20% 가까이가 몰려 매주 수십 층씩 건물이 높아지며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 국내의 건설사가 짓고 있는 버즈두바이, 상상으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인공 섬 팜아일랜드 등은 모두 세계 ‘최대,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내에는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서구 스타일의 젊은이들이 유명 브랜드 커피를 즐기고, 명품 가게가 즐비한 쇼핑몰에는 관광객이 장사진을 이룬다.
우리는 중동의 이런 변화를 수출과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기회로 삼는 동시에 중동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동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6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는 올해 말 공동시장으로 승격되고, 2010년에는 단일통화권을 형성한다. 우리는 11월 GCC와의 FTA 협상을 위한 사전협의를 한 단계이나,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호주 등은 한발 앞서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경쟁국이 FTA를 체결하면 평균 5%의 관세가 면제돼 우리 상품과 건설기자재 수출이 불리해진다. 또 GCC는 석유화학산업 일부를 빼고는 제조업이나 농수산업의 시장 개방 부담이 거의 없어 우리 형편에서 FTA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둘째는 중동에 대한 이해와 교류의 폭을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과 중동 간에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이다. 일반인에게 중동은 석유자원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화약고 등만이 연상되는 낯선 지역이다. 하지만 중동과 이슬람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간의 교역과 건설수주의 차원을 넘어 더 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중동에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시장점유율이 단연 1위다.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이며,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인 버즈알아랍 호텔 객실에는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TV가 들어가 있다. 그 비결이 중동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이 주효한 덕택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5차 한·중동협력포럼이 7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번 포럼은 내년 대중동 경제, 문화 교류의 구심 역할을 하게 될 한·중동소사이어티 창립 준비회의에 해당돼 중동의 인사들이 대거 내한한다. 때마침 중동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 방송도 내한해 우리의 산업과 문화를 소개할 것이라 한다. 세계가 고유가에 시달릴수록 미소를 짓는 나라, 중동국가의 역동적 변화가 우리에게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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