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가 가지는 의외성과 돌발성, 코를 들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거나, 향기와는 전혀 딴판인 구린내, 그런 독특한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어쩌면 매정하게 외면해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냄새, 그와 함께 똥이 가지는 해학적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오버랩되면서 웃음을 그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웃음 속에는 우리가 상투적으로 생각하듯이 똥이 더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무식하고 우둔한 사람이라 해서 모두 어리석지 않고, 유식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해서 모두가 현명한 사람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우리에게 전통적으로 똥은 더러운 것, 고약하고 특이한 냄새를 가진 것, 밟으면 미끈거리는 것, 회충이 꾸물거리거나 파리 떼가 꼬여 드는 오물 덩어리, 만약 그것을 뒤집어쓴다면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감정이 평생 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깔끔 떨기로 유명한 젊은 여성도 아이를 낳으면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똥과의 관계입니다. 아이가 배설한 똥 묻은 기저귀를 얼굴 한 번 찡그리는 법 없이 밀가루 반죽 만지듯 주물러 세탁합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로서의 한량없는 애정과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함이 바로 저런 모습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몇 년 전 해발 4000m 이상을 넘나드는 티베트 여행에서 나는 밤이 되면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 때문에 잠들 수 없었습니다. 전기는 물론 덮을 이불조차 없었던 누추한 침실에서 유령처럼 서성거리며 떨고 있던 중에 문득 방구석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손으로 호떡처럼 빚어 말린 야크 똥 몇 장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불붙은 짐승의 똥이 꺼질 듯 말 듯 시름시름 타들어 가면서 연기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인색한 온기에 곁불을 쬐는 새우잠으로 하룻밤의 피곤을 가까스로 덜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짐승의 똥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이튿날 험준했던 히말라야 여행이 결코 순탄치 못했을 것입니다.
작가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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