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이 매기는 대학 學科 평가, 좋은 자극제다

  • 입력 2007년 12월 10일 22시 58분


기업이 주도하는 대학 학과(學科) 평가가 국내에서도 실시된다. 지난주 한자리에 모인 김신일 교육부총리,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로 대학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를 시작하기로 했다. 1차 대상은 금융 건설 자동차 조선 4개 관련 학과로 정했다.

국내 기업은 대학 졸업생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교육 내용에 관해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기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교수 중심의 교육’이 대학 사회에 뿌리를 내려 산업체가 원하는 실무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후 평균 20.3개월을 별도로 교육해야 하고, 1인당 평균 6200만 원의 훈련비용을 지출한다.

대학교육협의회와 경제5단체가 주도하는 이번 평가의 지표는 대졸 신입사원의 직무능력, 기업과의 공동연구 실적, 졸업생의 영어시험 점수 등으로 이뤄지고 대학별 순위까지 공개된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가 기업이 원하는 졸업생을 배출하고, 산학 협력 체제를 긴밀하게 유지하는지 바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기업의 대학평가가 정착되면 대학 교육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교육에 기업수요가 민감하게 반영될 것이다.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 평가에는 ‘국제기업의 대학평가’가 6개 평가 항목 중 하나를 차지한다. 올해 미국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미래위원회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이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본은 2002년부터 30개 대기업이 참여하는 평가기구를 만들어 학과별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에 의한 대학평가는 한참 늦었다.

국내 대학평가는 주로 대학 스스로 하는 방식이었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해 온 대학평가는 신뢰성을 놓고 논란을 불렀다. 평가 부재(不在)는 우리나라 대학들의 경쟁력이 세계 하위권을 맴도는 요인의 하나다. 이번 평가가 대학의 무사안일 풍토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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