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0∼2004년 연평균 0.7%에 그치다가 2005년부터 조금 되살아났다. 그러나 내년엔 올해(7.6% 전망)보다 저조한 6.4%로 예상된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 회복세를 보였지만 3분기(7∼9월)에는 설비투자의 80%를 차지하는 기계류 투자가 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더 약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이러다가는 경제규모에 비해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과소(寡少)투자 상태를 벗어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9월 상공회의소가 해외 진출 제조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투자환경은 100점 만점에 49.3점이었다. 이들 기업이 진출한 나라의 68.9점과 비교하면 19.6점이나 뒤졌다. 이 점수 차를 획기적으로 극복하지 않고서는 활발한 국내 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
재계에선 삼성 특검의 영향으로 내년에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삼성의 올해 투자규모는 22조6000억 원으로 600대 기업 투자총액 80조 원 중 28%를 차지한다. 일각에선 어려움을 피하려는 엄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성의 경영 차질에 따른 투자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은과 대한상의는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국민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금을 펑펑 쓰는 사업만 찾지 말고 기업 활동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경제살리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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