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기술의 황제’ 허브 코언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도 한 달 전 방한해 강연하면서 “한국 정부나 기업의 협상은 치밀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상대방이 도발적인 발언을 하면 금세 뒤로 물러나며 쉽게 이를 잊고 상대와 화해하는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기업인은 호의를 표시하는 데는 인색하고 섭섭한 감정은 곧잘 드러내기 때문에 국제협상에서 늘 ‘만만한 상대’로 취급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협상론의 두 고수(高手)가 한국인에게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점은 ‘최적의 대안(代案)’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협상이 깨질 때에 대비해 차선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브렛 교수의 설문조사에서 한국 기업인은 이런 개념조차 희미한 것으로 나왔다.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이나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 협상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가 노출됐다. 더 큰 문제는 엄청난 ‘수업료’를 물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잘못한 것은 즉각 사과하는 것도 협상의 한 기법이다. 이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중요하다. 사실을 은폐하려다가 되레 더 큰 타격을 입은 사례가 널려 있다. 코언 교수는 간단한 원칙을 알려 준다. ‘남이 폭로할 수 없도록 나쁜 뉴스는 모조리 먼저 밝혀라. 환경이나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완전히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라.’ 대통령 후보 진영과 유권자들 간의 협상이라 할 선거운동에서도 적용될 원칙 같다. 그러나 우리 대선 현장은 ‘우기고 보기’의 경연장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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