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놓고 경찰청은 17개 언론사 출입기자들에게 출입증 5장을 주었다. 자주 보아 온 늑장수사, 축소수사에다 강화도 총기 탈취 같은 대형 사건이 나더라도 수십 개 언론사 기자 가운데 5명만 동시 출입이 가능하다. 취재 대상자가 만나기를 거부하면 카드도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취재 기자들이 출입증을 갖고 홍보실에 간다고 했지만 “약속이 안 돼 있다”는 홍보실 직원의 말에 따라 안내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청사 안에서 취재진이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민원 상담실과 은행, 우체국뿐이다.
▷경찰청 기자실 폐쇄는 외교통상부 등의 기자실 대못질과도 의미가 다르다. 공권력의 부정부패와 횡포를 감시하고 국민에게 알릴 최전방 초소가 공권력에 의해 철거됐음을 의미한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출근길에 기자들의 항의성 질문이 쏟아지자 직원 40여 명을 동원해 기자들을 밀어내고 집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한화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 때 선배 경찰청장인 한화그룹 고문과 전화 통화에 골프까지 함께 친 것으로 드러나자 정례브리핑을 회피하고 숨어 버리기 일쑤였던 그답다.
▷경찰은 국가청렴위 조사에서 14개 정부 부처청(部處廳) 가운데 청렴도 13위,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접수 건수에서 2위를 차지한 조직이다. 그런데도 경찰청은 ‘열린 경찰’이 되기를 회피하며 노무현 대통령이나 즐거워할 ‘출입티켓 발급 경찰청’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 반(反)민주의 광기(狂氣)가 놀라울 정도다. ‘이택순 경찰청’은 한국 민주역사에 오점이 될 문신(文身)을 스스로 새기고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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