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문화권에서는 2가 행운을 부르는 수로 여겨졌다. 중국에는 ‘좋은 것은 항상 짝으로 온다’는 속담이 있다. 2는 생명의 숫자이기도 하다. 인간의 유전자(DNA)는 이중나선 구조로 돼 있고, 생명은 남녀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물리학에서 2는 원자핵을 안정시키는 양성자 또는 중성자 수를 의미하는 ‘마법의 수(매직 넘버)’다.
▷그제 대통령선거와 함께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전국 4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2’가 마법을 발휘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같은 ‘기호 2번’을 부여받은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것이다. 될 만한 인물이 당선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통령을 ‘기호 2번’으로 찍은 유권자들이 교육감도 ‘기호 2번’을 많이 찍었다는 후문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은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선거에서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공천을 배제한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은 기호 2번이 한나라당 소속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와 교육감 후보들의 지명도가 매우 낮았다는 사실이 ‘묻지 마 2번 찍기’의 배경이다. 아무튼 가나다순에 따라 2번을 배정받은 교육감 후보들에겐 2가 동양권의 인식대로 행운의 수가 됐다. 이번 해프닝은 어처구니없지만 기왕의 교육감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할 수도 없다. 될 사람이 됐건, 2번의 후광 효과로 됐건, 당선된 교육감들은 2라는 ‘생명의 숫자’에 감사하며 우리 교육에 생명을 불어넣길 바랄 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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