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처음 생긴 안가는 청와대 주변 궁정동, 청운동, 삼청동에 모두 12채나 있었다. 안가는 권력자들의 은밀한 유흥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취임 초에 안가를 직접 둘러본 YS는 ‘한마디로 여자들하고 노는 집’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는 재벌과 권력자가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정경유착의 현장이기도 했다. 군, 안기부, 검찰 등 권력기관 관계자들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시국 대책을 논의하는 장소로도 애용됐다.
▷안가는 최고통치자의 여가생활과도 무관치 않다. 매일 절간 같은 청와대 관저에서 지내다 보니 잠시 다른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왜 안 들겠는가.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내놓고 제왕적 휴가를 즐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436일 휴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은 곧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깰 듯싶다. 물론 미 대통령들은 안가 대신 워싱턴 근교의 캠프데이비드 별장이나, 보스턴 남부 해안의 마서스비니어드 섬처럼 개인 목장이나 별장에서 여가를 즐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경호 문제로 취임 때까지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지내게 됐다. 이 안가는 국가기관이 비밀 유지가 필요한 업무를 할 때만 이용된다고 한다. 이 당선자는 지난 주말 안가의 테니스장에서 자문단 및 측근들과 테니스를 치며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같은 안가도 이용하기에 따라 말 그대로 ‘안전가옥’이 될 수도, 비리와 타락의 장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