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사회복지에 있어서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유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현 정부는 사회복지를 다른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놓았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복지 및 보건 예산 증가는 2007년에만 해도 전체 예산 증가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그리고 국민연금개혁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그리고 기초노령연금제도 등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 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차기 정부는 이런 수준으로 사회복지 재정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가 사회복지에서 해결하여야 할 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먼저 현 정부의 실수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혜자가 선거에서는 진보에 등을 돌렸다. 사회복지의 재정을 늘리면 정권에 호의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판단이 틀렸다. 현 정부는 사회복지 재정은 늘렸지만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못했다.
차기 정부의 사회복지에 대한 태도는 ‘기초보장의 충실화’와 ‘민간 영역의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인 복지 욕구에 대한 지원과 중간계층의 시장에 대한 의존성 강화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사회복지의 방향을 어느 정도 명확히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동에 대해서는 보육과 교육, 그리고 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책임과 개입을 강조해 미래에 대한 투자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선진국의 보수 정당이 정체성을 보이면서 지향하는 형태다. 차기 정부의 사회복지 철학은 매우 명확한 정책 결정과 제도에 반영돼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선자가 공약에서 제시한 ‘건강보험의 경증과 중증에 대한 차별화’ 정책은 건강보험의 재정부담 합리화라는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초노령연금 상향 조정’ 방안은 높은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빈곤 퇴치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 같다. 오히려 국민연금 개혁과 후속 조치를 통해 노후보장 기능을 조정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한 아동에 대한 투자는 모성보호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서는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복지 정책이 성공하려면 당선자 스스로 제시한 복지철학을 정책에 일치시키고 제도를 수립할 때 그 목적이 일관성 있게 반영되도록 해야 하며, 그 전달 과정에서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의 어느 영역에 배정되었는지, 혹시 불필요한 곳에 쓰이는지를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선자의 진실한 태도다.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언급도 못 하면서 다른 영역을 효율화한다면 국민은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호응을 통한 합의로 정책 수립이 돼야 한다. 멀리 볼 줄 아는 지도자라야 사회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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