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생긴 대로 산다’는 수동적 운명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즘엔 ‘사는 대로 생긴다’는 능동적 관상학이 우세하다. 새해부터 본보에 관상을 소재로 한 만화 ‘꼴’을 연재할 허영만 화백도 “관상학의 대가 신기원 씨에게 직접 배워 보니 관상도 변하고 운도 변하는 것이더라”고 말한다. ‘타고난 관상’이라지만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변한다는 얘기다.
▷국내 인상학 박사 1호인 주선희 씨는 아예 ‘얼굴 경영’을 들고 나온다. 인상을 만드는 요소 중 유전자는 고작 20∼30%이고, 나머지는 후천적 사회화 과정이라는 것이다. 좋은 인상의 첫째 기준은 찰색(안색)이고, 그 다음은 정신이 머무는 집인 눈빛이다. 검은자위와 흰자위가 분명한 맑은 눈이 좋다. 아랫배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품격을, 코는 재물 운을, 입술은 성적 취향을 나타내고 귀에는 유년시절 성장 기록이 담겨 있다. 성형이 많은 요즘엔 성형이 미처 닿지 못하는 눈빛과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올해는 대선의 해여서 관상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일부 방송은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대선 주자들의 관상을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다. 덩달아 사원 채용 때 관상을 보는 기업도 늘었다. 특히 배신하지 않고 조직에 끝까지 충성할 사람인지를 간파하는 데 신경을 쓴다고 한다. 관상가에게 직장 동료나 상사의 사진을 들고 가 ‘나를 속일 사람인지 아닌지’ 봐 달라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니 관상의 용도도 세태에 따라 변하는 것인가.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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