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드 뱅데]프랑스의 영광 ‘문화적 독창성’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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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양식, 패션, 음식, 표현법, 여가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까지 획일화를 가져왔다. 패스트푸드 식당이 세계 전역에서 급속히 증가했다. 영어는 무역 음악 영화 등에서 국제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적 표현도 세계화에서 예외일 수가 없어 문화적 다양성이 상당히 축소됐다. 세계화와 문화의 상관관계는 문화적 충돌이라는 시각에서 다루어져 왔다. 강대국들의 정치적 경쟁이 문화적 동질성을 느끼는 집단 간의 대립으로 바뀌고 있다.

문화는 통일성과 동질성의 매개체다. 그런데 세계화 과정에서 오히려 차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집단 간의 대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대립을 줄이고 휴머니즘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국제적 장치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세계화의 틀 안에서 총체적으로 문화적 다양성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올해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 문화 개방과 문화 집단 간의 교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독창성은 지켜져야만 한다. 그러나 국가와 문화적 동질성을 결합하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독일 나치즘이 활개를 치던 1937∼45년 유럽이나 중국 소련 쿠바 북한 등 공산정권의 경우에서 보듯 문화 발전은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는 다양성에 근거한 문화적 동질성을 국가의 핵심 가치로 여겨 왔으며 모든 정권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문화부 장관들의 역할이 컸다. 샤를 드골 정권에서 앙드레 말로는 각종 문화 단체를 만들었고 역사적 건물을 재건하는 등 중요한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정권에서 자크 랑이 개발한 음악 축제는 많은 나라에 도입됐다.

프랑스를 따라 많은 국가가 자국의 출판과 영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도움 없이 프랑스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어떻게 대적할 수 있겠는가.

문화 상품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 정책은 독창적이고 다양하다. 엘리제궁 등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 페스티벌, 밤새 열리는 음악 축제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문화정책은 재정적으로 프랑스에 많은 도움이 됐다.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부와 고용의 증가를 가져왔다. 결국 관광산업이 프랑스의 대외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그러나 문화정책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록 실수할 수도 있지만 시도를 해 보는 것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문화를 전적으로 시장의 법칙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그동안 산업과 반목해 왔던 문화는 이제 산업과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문화산업의 힘 덕분에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 개인의 문화소비는 20년 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해졌다.

규모가 훨씬 작은 국가도 그들만의 시청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공영 TV방송을 강화하고 영화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는 프랑스어 지원정책, 문화활동 재정 지원 등으로 문화적 독창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유럽 건설을 다진 인물로 꼽히는 장 모네는 생을 마치기 직전 “오늘날 유럽을 다시 건설해야 한다면 나는 석탄과 철강보다는 교육과 문화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제라드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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