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는 포인트, 캐시백, 사이버 머니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알뜰 소비생활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마일리지를 애용하는 ‘마일러’나 ‘포인터’들은 영화를 보든 커피를 마시든 제 값을 다 내는 법이 없을 정도다. ‘마일리지 200% 활용하기’ ‘똑똑한 마일리지 비즈니스’ 같은 마일리지 잘 쓰기 안내서적도 나와 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적립을 위해 같은 업소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비패턴이 비슷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마일리지 혜택은 개인 신상 및 소비 정보를 기업에 제공한 대가인 만큼 혜택으로만 여길 일은 물론 아니다.
▷아무튼 기업 판촉 수단으로 시작한 마일리지 제도가 기부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는 e메일 이용에 따라 누적되는 마일리지를 충남 태안 기름유출 피해 복구와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고물상 할머니 돕기 등의 비용으로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2005년부터 포인트를 정치인 후원금으로 기부할 수 있게 해 3억4000여만 원의 실적을 올렸다. 공익단체나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마일리지를 돈으로 바꿔 기부하는 기업도 많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떼법’과 ‘국민정서법’ 치유에도 마일리지가 이용될 모양이다. 법무부는 기업이 일정 기간 무분규·무파업을 기록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하게 해 형사처벌을 줄여 주고 정부 보조금 지급과 세금 부과에서 혜택을 주는 준법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제도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떼법 시대’를 청산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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