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등에 사람이 탔을 리야 없겠지만 옛날 한반도 근해에 귀신고래가 얼마나 흔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설화다. 귀신고래는 바위로 착각하게끔 생겼다. 최장 몸길이 16m, 몸무게 45t으로 몸 전체가 둔탁한 회색인데 흰색 따개비 등 고착생물이 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바위다. 해안 바위틈에 머리를 세우고 있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고 해서 ‘귀신’이란 말이 붙었다고 한다.
▷귀신고래는 사실 이름값을 못한다. 영리하지만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을 겁낸다. 귀신고래의 정식이름은 ‘한국계 회색고래(Korean Gray Whale)’다. 100여 종에 이르는 고래 가운데 ‘한국’이란 이름이 들어간 유일한 종이다. 대형 고래는 먼 바다에서 유영하지만 중형급인 귀신고래는 수심 50m 안팎의 연안을 따라 자맥질하는 습성이 있다. 해안의 뻘을 들이마셔 그 속에 사는 작은 새우를 먹기 때문이다. 따개비도 그래서 붙는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귀신고래를 발견해 신고하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귀신고래는 일제강점기 수천 마리가 포획된 것을 계기로 개체수가 급감해 1970년대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1962년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하며 관심을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최근에야 학계 조사로 러시아 사할린 바다에서 120여 마리가 생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1만 년 동안이나 한국인의 친구였다는 귀신고래, 그 신출귀몰한 모습을 다시 우리에게 보여 다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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