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의 꽃’ 문화산업 살찌우기
“미래의 부자는 문화부자다.”
이 책은 시종일관 이렇게 말한다. 문화 부자는 문화로 돈을 버는 국가와 개인을 말한다.
1990년대 초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공원’이 1년간 벌어들인 흥행수입이 한국 자동차 150만 대를 판 것보다 많다는 얘기가 나온 이후 ‘문화산업’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실제로 2006년 문화콘텐츠산업의 매출액은 54조 원. 국내 총생산의 6%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은 천박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원천으로 떠오른 문화산업의 최신 동향과 방법론, 미래를 소개했다.
배우이자 퍼포먼스 ‘난타’의 기획자인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경제대국이 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문화대국이 되어야 한다. 아직 문화산업의 규모는 적다. 그러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문화산업보다 중요한 건 없다. 문화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문화산업을 해부한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저자는 문화산업이 분명 미래의 부를 창출할 핵심 산업이지만 한탕주의로 왜곡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책이 ‘돈 놓고 돈 먹는’ 투기로 전락한 대표적 사례로 2006년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건이 대표적. 이 같은 대박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문화산업은 문화플랜테이션’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농부가 땅을 다지고 밭을 갈아 곡식을 수확하듯 묵묵히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개발은 문화산업의 핵심이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에게 진정 한국적 콘텐츠가 있는가.”
얼마 못 가 수그러들 위기에 있는 대중스타 중심의 ‘한류’가 유일한 답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한국적 콘텐츠는 창의성으로 무장한 창조계급으로부터 나온다. 저자는 이 계급을 ‘문화엘리트’라고 부른다.
이들의 등장은 시대적 필연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육성을 국가가 돕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해리포터’ 원작자 조앤 롤링을 예로 든다. ‘해리포터’의 상품성은 롤링의 역량 덕분이다. 롤링의 상상력, 지식, 철학을 자극한 것은 무엇인가. 기업의 지원은 아니었다. 가난한 작가인 조앤 롤링은 오히려 아침 저녁으로 콘텐츠와 문화의 자양분을 일상적으로 전해준 질 높은 미디어, 출판, 문화시장의 덕택을 톡톡히 봤다. 저자는 과연 우리 사회에 롤링 같은 ‘문화엘리트’를 키울 자양분이 충분한지 묻는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맞아 콘텐츠의 질을 높일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특히 방통융합(컨버전스)의 시대에 경영의 방만함, 저급 콘텐츠 양산 구조, 시청률 지상주의 등 기존 방송의 낙후된 시스템과 악행을 따로 솎아내는 것(디버전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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