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2>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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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께서는 나(황희)를 포함한 여러 신하들의 단점을 아시고도 ‘공적으로 허물을 덮을 수 있다’며 시종 보호해주셨다.…실로 내 인생 최대의 반전은 ‘간악한 소인’에서 ‘청렴한 정승’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들판에서 농부의 고통을 묻는 자상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강무(講武)란 군국(軍國)의 중대한 일”이라며 백성들의 고초에도 군사훈련을 감행하는 세종. 세제 개혁을 위해 17년간 신하들과 토론하며 신중을 기하던 모습과 비밀리에 연구해 오다 어느 날 전격적으로 훈민정음 반포하던 모습. 어떤 것이 진짜 세종의 모습일까.

한두 가지 평가와 시선으로 세종의 복잡한 면모를 알 수 없는 건 자명하다.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연구실장인 저자는 아버지 태종, 신하 황희 김종서 정인지 신숙주, 후대의 국왕 정조 등 9명의 시선으로 세종의 진면모를 그려낸다.

세종시대는 태평시대가 아니었다. 남쪽 왜구와 북쪽 야인의 침략이 연례행사처럼 자행됐다. 명(明)나라 사신들은 끊임없이 뇌물을 요구했다. 가뭄과 홍수, 기아가 그치지 않았다. 이런 위기에서 통치체제를 정비하고 국토를 개척했으며 한글을 창제하고 음악을 발전시켜 조선을 안정기로 접어들게 만든 세종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저자가 주목한 원동력은 탁월한 인재 등용이다. 이 책을 추천한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대표이사도 여기에 주목했다.

“세종 때 정승 황희는 재주는 있으나 흠도 많은 인물이었지만 세종 덕분에 청렴한 재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먼저 청렴한 정치가로 자신을 혁명하고, 자신이 발탁한 사람들이 청렴한 인재로 재무장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구 대표의 말처럼 황희는 “성실하고 정직한 진짜 재상”이라는 평가 말고도 “간악한 소인” “부패 관리”란 악평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세종은 단점을 알고도 실력과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세종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발탁했다. 황희는 어머니가 노비인 천출(賤出)이었지만 세종시대 18년간 정승을 지냈다. 황희 역시 그때까지 배제되던 비주류의 인재들을 발굴해 중용했다.

세종은 한 시대가 부흥하는 것은 반드시 그 시대에 걸맞은 인물이 있기 때문이요, 한 시대가 쇠퇴하는 것은 반드시 세상을 구제할 만큼 유능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나 걸출한 인재를 구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하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그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종은 오히려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이 아니더라도 적합한 자리에 기용하면 누구나 특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시대의 뛰어난 인재를 찾지 못할 경우, 재물만 탐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처럼 결코 함께 일해서는 안 될 부류를 제외하곤 인재를 교화시켜야 한다고 봤다.

인재 등용에서도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한 세종은 결국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재 등용의 중요한 요즘, 일독해야 할 책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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