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2>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중국의 제도와 문물이 좋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고 쓴 것이다. 이를 그대로 들여와 내용만 우리 것으로 채웠을 때, 내용은 형식에 가려 실상을 보여 주지 못했다…부작용이란 다름 아닌 ‘우리의 실종’이었다.”》

-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대표 추천

한국인의 특별함을 찾는 보물창고

삼국유사의 ‘유사(遺事)’는 ‘남겨진 사실’ 또는 ‘잃어버린 사실’이란 뜻이다. 일연이 보기에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정사(正史)지만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에 빠진 나머지 삼국시대 조상들의 세계 인식을 무시했다. 일연은 그래서 ‘삼국사기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았고 그 결과가 삼국유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삼국유사를 찬란하고 풍부했던 고대문화와 풍성한 설화의 보물 창고라 일컫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삼국유사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 본 사람은 드물다. 삼국유사를 읽어 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삼국유사의 현장을 11년 동안 누빈 내공을 바탕으로 삼국유사를 쉽게 해설했다. 그는 일연의 생애와 저술 의도를 꼼꼼히 분석하면서 삼국유사를 삼국사기와 중국의 승전들과 비교해 그 의미를 성찰했다.

저자에 따르면 삼국사기는 중국 사대주의라는 방부제를 친 통조림이어서 우리 시각이 약하다. 반면 삼국유사는 무신반란과 집권, 송나라의 몰락과 원나라의 성립이라는 세계관의 커다란 변화를 겪은 뒤 태어났다. 모든 것을 중국 중심으로 해석한 기존 역사관에 반기를 들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발굴하려는 시대정신 속에서 삼국유사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달리 단군조선 이야기로 시작한다. 삼국의 뿌리가 단군조선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상상력을 자극할 온갖 이야깃거리를 찾아냈다. 지금으로 치면 스토리텔링의 보고인 셈이다.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대표가 이 책을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 대표는 “새 지도자는 ‘한국인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세계인을 유혹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며 “우리 문화의 신화와 차별성을 담은 원천으로 이 책을 권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글로벌 시대 번영의 핵심 축은 차별적 문화다. 우리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세계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낼 때 이를 부가가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연은 삼국유사를 위해 한평생 이곳저곳 사찰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문헌과 이야기를 기록했다. 일연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즐기는 옛이야기들의 샘과 뿌리도 잊혀졌을 것이다.

저자는 “삼국유사는 방금 따낸 과일이나 방금 캐낸 채소”라고 말했다. 요리를 하기에는 방부제를 친 통조림(삼국사기)보다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더 좋은 재료라고도 했다. 삼국유사는 시대마다 좋은 요리사를 만나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재료라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외국 영화, 소설 중 상당수가 그 나라의 신화, 전설을 잘 요리했다. 우리에게도 삼국유사란 좋은 재료는 준비됐다. 이를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요리할 주방장은 어디에 있을까.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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