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한미동맹 핵심 떠오른 ‘北급변사태 대비’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2월 6일 03시 01분


2005년 4월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 1층 브리핑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전 예고 없이 A4 용지 1장으로 된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추진 중인 ‘작전계획(OPLAN) 5029’가 주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NSC 자주파’들이 김정일 정권 붕괴나 대규모 탈북사태 등 북 비상사태 시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해 개입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NSC가 고도의 군사기밀인 작전계획을 외부에 노출한 데 충격을 받고 거세게 반발했다. 우리 군내에서도 NSC의 돌출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계 5029 파문’이 한미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고, 양측은 2006년 말 작전계획의 전 단계인 개념계획(CONPLAN)의 수립에 합의하면서 사태는 봉합됐다.
하지만 이 사태는 한미 간 군사적 신뢰에 금이 가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이후 한미동맹은 곳곳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내부 불안 상황에 대비해 한미 간 공동계획을 추진한다는 본보 보도(4일자 A1면)와 관련해 국방부는 “더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언급 자체를 꺼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만난 여러 군 관계자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공조 강화는 새 정부가 추진할 동맹복원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북한 정세의 불확실성이 위기사태로 치달을 경우 확고한 한미동맹 외에 달리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게 군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한미 간 공동계획’의 추진 필요성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도 이런 수뇌부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작계 5029 파문’을 통해 현 정부의 동맹관리 능력은 ‘낙제점’으로 판명 났다”고 우려했다. 자주냐 동맹이냐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반세기 동맹을 허물고, 대북 안보태세를 방기하는 우(愚)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 새 정부가 귀 기울이길 바란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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