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주영의 그림 읽기]내 성공의 8할은 남의 도움으로 이룬 것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밤의 눈’ 그림=프랑수아 크로자, 문학동네

젊은이들도 몇 번 쉬어 가야 할 가파른 언덕바지에 달동네가 있습니다. 좁은 골목마다 연탄가루 푸석푸석 날리는 그런 동네에 병치레뿐인 노인 한 분이 혼자 살고 계십니다. 슬하에 됨됨이가 올곧은 자식 하나 둔 적 없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젊어서나 늙어서나 찢어지는 가난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늉뿐인 부엌의 쌀독에는 곰팡이만 피어 있고, 썰렁한 방 안에는 변변한 가재도구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노인의 혈색은 젊은이와 방불하고, 몸가축도 매우 단정하고 깨끗합니다. 낡고 찌그러진 가재도구들이지만, 그 놓인 자리가 매우 가지런합니다. 하루 세 끼의 식사를 거른 적도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노인을 그토록 알뜰하게 시중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하루만 지켜보면 그런 의문은 당장 풀립니다. 하루에 한 번 노인을 찾아와 말벗이 되어 주고, 음식을 대접하고, 몸을 씻어 주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갸륵한 젊은이와 노인은 일면식도 없었던 전혀 남남 간이라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거나, 크나큰 명성을 얻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보여 주는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오만 방자하다는 것입니다.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장본인입니다.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성공과 명성의 8할은 숨어있어 보이지 않는 주변의 배려나 도움으로 거둔 것이란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슬 시퍼런 독불장군으로 행세할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