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베스트 오브 베스트’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0분


한국의 산업화는 당시 최고 엘리트들을 기용해 성공할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오원철 씨는 회고록에서 “박 대통령은 우수한 인재를 신중히 발탁한 뒤 장기간 일을 맡기는 인사정책을 폈다”고 술회했다. 특히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뽑을 때는 정치 지망생을 배제하고 지역 안배 없이 철저히 능력 위주로 골랐다는 것이다. 폐허 위에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들이 앞장서 대중을 끌고 가는 체제가 불가피했다. 한국의 민주화 역시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 집단이 이끌었다.

▷선진화를 내세운 새 정부에서도 엘리트의 역할은 막중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대변인을 내정 발표하면서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의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같이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7명의 수석비서관 중에는 교수 출신이 6명이다. 이들이 학자로서 베스트였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정 수행능력은 아직 미지수다.

▷이 당선인이 핵심 요직을 인선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드러냈다. 인수위가 활동을 시작한 지 1개월여 만에 새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대선 직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후퇴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당선인이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에 대해 ‘내가 뽑았으니까 당연히 베스트’라는 인식을 내비치는 데 대해서도 많은 국민은 동의를 유보하고 있을 것이다. ‘무얼 할 수 있기에’ 발탁됐는지 의문을 자아내는 사람도 없지 않다.

▷과연 ‘베스트’인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른 뒤 국민이 판단하고 평가할 일이다. 이명박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진정한 검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인사권자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 개개인의 강점과 잠재력뿐 아니라 약점과 한계도 꿰뚫어보고, 이번 인선이 오히려 베스트가 아니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야 실제 국정 운용 과정에서 결정적 실패의 가능성까지 항상 염두에 두며 ‘경계심’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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