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4>정관정요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만일 천하를 안정되게 다스리려고 한다면 먼저 군주 자신의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오. 몸이 곧은데 그림자가 기울고, 윗사람이 훌륭히 다스리려고 하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소.”》

- 조국 서울대 교수 추천

사치-방종의 경계 가르친 제왕학 교본

이뿐만이 아니다. “황제가 내린 조서 가운데 부당하여 실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자기 의견을 견지하도록 하시오.”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소. 천하가 조금 안정되면 더욱 조심하고 삼가야 하오.” “나는 깊숙한 구중궁궐 안에 있어 천하의 일을 모두 볼 수 없소. 그래서 아래의 일은 그대들에게 위임하여 나의 귀와 눈을 삼은 것이오.”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반드시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덕목들이 한 줄 한 줄에 담겨 있다.

‘정관정요(貞觀政要)’의 ‘정관’은 당 태종 이세민의 연호(627∼649년)를 가리킨다.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시대로 알려진 때다. 이 시기에 정리된 ‘정요’는 고금을 넘나드는 통치철학이 됐다. 중국의 역대 집권자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도자도 이 책을 곁에 두고 항상 탐독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리더십 교과서’인 셈이다.

이 책을 추천한 조국(법학)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정치구도와 문화에서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받는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뜨거운 지지의 대상이었다가도 한순간에 차가운 혐오와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곤 하며, 전능의 ‘왕’에서 ‘동네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 조 교수는 “이런 점에서 동양에서 제왕학의 교본이었던 정관정요는 새 대통령의 자경자계(自警自戒)를 위하여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교훈을 명심해 서민의 소리에 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의 말처럼 정관정요는 제왕학의 교본으로 불릴 만하다. 이 책에는 군주가 갖춰야 할 도리, 어진 관리 임명의 중요성, 군주와 신하가 지켜야 할 계율부터 충(忠), 효(孝), 신(信), 절약과 겸양, 유학과 문학, 역사뿐 아니라 형법과 부역, 세금과 국외 정책에 이르기까지 ‘군주가 맡아야 할 모든 것’이 기록돼 있다. “옛 사람들은 ‘물의 형상은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물 자체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소” “오직 단정하게 자신의 덕행을 수행하면 되오. 이 밖의 허황된 일은 마음에 담아 둘 가치가 없소” 등 리더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충실한 삶을 꾸려 가기 위해 귀담아들어야 할 덕목이 풍성하다.

당 사관 오긍의 기록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교훈적인 이야기를 단순하게 나열한 게 아니라 당 태종과 신하들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독자들이 당대의 어전회의를 참관하는 셈이다. 논어 사기 춘추좌전 등 중국의 고전과 고사들이 인용돼 사례도 풍부하다.

성군으로 불렸던 당 태종이 후기로 접어들어 사치와 방종에 빠진 것도 리더가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지위에 있는 내내 초심을 갖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다름 아닌 정관정요의 주인공이 일깨워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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