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이나 연쇄살인범 같은 반사회적 범죄자들은 개인의 불행을 국가와 사회 탓으로 돌린다. 이들은 사회적 이목을 끌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상징성이 강한 건물이나 문화재를 대상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이런 유형의 범죄가 자주 발생해 걱정이다. 소외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대책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숭례문을 잿더미로 만든 방화 용의자 채모 씨도 주변 사람들에겐 평범한 70세 할아버지였다. 그는 범행 다음 날 마을회관에서 하루 종일 태연히 화투를 쳤다. 그는 토지 보상금에 대한 불만 때문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어 사회에 대한 반감 때문에 방화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종묘에 불을 지르거나 열차에 대한 (테러나 방화) 범죄까지 생각했다지만 방화 자체를 즐기는 방화광(Pyromania)이기보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일 가능성이 크다.
▷채 씨는 2006년에도 창경궁 내 문정전 방화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채 씨가 고령이며 범죄를 자백했고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풀어줬다.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은 679건의 방화사건 재판에서 445건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을 정도로 관대한 편이었다. 검찰이 불기소한 방화범은 기소한 방화범보다 많았다. 방화범 같은 반사회적 범죄자는 중형으로 다스리고 계속적인 관찰 대상으로 삼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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