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곡물전쟁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3분


650원 하던 신라면이 오늘부터 750원, 750원 짜파게티는 850원, 새우깡은 700원에서 800원으로 오른다. 사이다 주스 커피 요구르트 값도 인상 대기 중이다. 달러 기준 농산물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35.8%, 올 1월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올랐다. 지난해 전국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2.5% 증가에 그쳤다. 주부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곡물대란 탓이다.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는 시민 노동자 1만여 명이 시위를 했다. 전년도에 125% 급등한 콩 값이 다시 50% 올라 식품회사들이 공장 문을 아예 닫아버리자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곳곳에서 물가상승 규탄 집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60가지 식품의 수출가격을 토대로 식품가격지수를 내 보니 2006년 14% 인상에서 지난해 37%로 급등했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높아진 중국과 인도가 곡물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는 게 주된 원인이다. 중국인들은 1985년 1인당 20kg씩 먹던 고기를 2006년에는 50kg씩 먹는다. 쇠고기 1kg에는 8kg의 곡물이 들어간다. 자기들 먹을 것도 없다며 수출까지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보리와 밀에 30%와 10%씩 수출세를 부과했고 우크라이나도 밀 옥수수 콩에 수출 한도를 정했다. 기상이변도 문제다. 호주는 지구 온난화로 지난해 밀 생산이 2500만 t에서 980만 t으로 급감했다.

▷곡물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산업도 수요를 부추겨 미국은 지난해 옥수수 생산의 3분의 1을 바이오 연료로 사용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식량안보’가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우리 곡물 자급률은 2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뒤에서 세 번째다. 안정적인 농산물 확보를 위해 해외 유전처럼 해외 경작지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 식품 공급량의 3분의 1가량이나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여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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