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가상광고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방송위원회는 2005년 지상파TV의 낮방송을 허용하면서 ‘시청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동안 방송시간 제약 때문에 소외됐던 프로그램들이 전파를 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송시간이 확대됐다. 당초 취지대로 됐을까. 지난해 PD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내려진 결론은 ‘노(No)’였다. 낮방송을 분석해보니 오락프로 비중이 50%가 넘었고 재탕 방송이 많았다.

▷노무현 정권만큼 지상파TV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정부는 또 없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 막판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시행은 안 되고 있지만 중간광고 도입, KBS 수신료 인상 등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줬다. 최근에는 국무회의에서 가상광고를 허용하는 법안까지 의결해줬다. 낮방송의 속셈이 광고수입 증대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같이 ‘수입 늘리기’와 연결돼 있다. 중간광고만 해도 도입되면 지상파TV의 수입은 연 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수신료도 월 4000원으로 인상되면 KBS의 수입은 연 3000억 원 증가한다.

▷가상광고는 프로그램 속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워 내보내는 광고다. 가령 축구경기를 중계하면서 축구장 안에 특정 회사의 로고를 표출시키는 식이다. 가상광고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아예 안 보면 몰라도 보는 동안에는 함께 봐야 한다. 광고와 프로그램의 경계를 허무는 중대한 문제다. 중간광고도 시청의 흐름이 끊겨 짜증나기 십상이다. 일본의 경우 시청자 86%가 ‘중간광고가 불쾌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새 제도를 도입할 때 판단의 기준은 역시 국민의 편익이어야 한다. 방송사들이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중간광고나 가상광고는 안하는 게 시청자를 위한 ‘앞선 방송’이다. 한국신문협회도 19일 “가상광고 도입 문제를 정권교체기에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국회도 전파의 소비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바른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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