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나마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에 협조해 국보위에서 활동했던 이력의 상징인 훈장을 반납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느낌은 그래도 남는다. 국보위 활동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었다면 진작 훈장을 반납했어야 할 일이다. 국무총리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훈장을 반납하는 것은 일국의 국무총리 후보자의 행동으로는 좀 가볍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훈장을 간직해 온 지난 20여 년의 세월은 한 총리 후보자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노무현 정부는 2006년 3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인사 수십 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당시에도 한 총리 후보자는 ‘가만히’ 있었다. 자신에게 각종 공직을 거친 경륜의 대가라는 평가와 함께 ‘처세술의 대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는 점도 곰곰이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한 총리 후보자는 국보위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경력을 토대로 역대 정권에서 요직을 지냈다. 민정당 국회의원(전두환 정부), 상공부 장관(노태우 정부), 주미대사와 경제부총리(김영삼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김대중 정부), 유엔기후변화특사(노무현 정부) 등 정권이 다섯 번 바뀌는 와중에도 한 후보자는 별로 바람을 타지 않았다.
시비(是非)도 있고 공과(功過)도 있겠지만, 그의 경력에는 역사가 묻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그의 경륜을 높이 샀을 것이다.
국무총리는 그 언행이 하나하나 역사에 기록되는 막중한 자리이다. 국보위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고 훈장을 반납하고 말고는 본인의 자유이지만, 훈장을 없앤다고 국보위 경력까지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이 통과되면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가 된다. ‘얼굴마담’ ‘방탄’ 총리가 아니라 실제로 자원외교 일선에서 뛸 현장 총리가 될 것이다. 오늘의 ‘훈장 반납 사건’이 그에게 지도자는 ‘일의 능력’뿐 아니라 ‘역사와 정의에 대한 판단’으로도 평가받는다는 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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