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Japain? Korear?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일본은 1990년 부동산과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들었다. 그 뒤 뼈를 깎는 개혁 등을 거쳐 ‘불황 탈출’을 선언한 게 2004년 초.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 40명이 ‘100엔 숍’ 등 불황 탈출 최전선을 샅샅이 훑고 책을 펴냈다. ‘10년 불황 그러나 히트(Hit)는 있다!’는 제목의 이 책은 장기 불황 속에서도 자동차 전자 기계 등 주력산업은 경쟁력을 잃지 않고 버텼고 실질금리 0% 상황에서도 가계의 탄탄한 저축률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시 4년 후,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여전히 의기소침한 상태이고 정치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때는 지친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상당 부분 끌고 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기사 옆에는 붓이 ‘Japan(일본)’의 ‘pa’와 ‘n’ 사이에 ‘i’를 써 넣고 있는 삽화가 실려 있다. ‘아직도 고통(pain)을 겪고 있는 일본’이란 의미다. 고통의 이유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잡지는 정치인의 경제 발목잡기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명박호’의 한국 경제는 어떤 길을 갈까. 경기만 보면 작년의 회복세는 어느새 위축됐다. 새 정부의 올해 6% 성장 목표와 달리 ‘5%도 힘들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대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미지수다. 경제가 자꾸만 ‘뒤(rear)’로 가다간 ‘코리아(Korear)’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덧붙여 본 ‘r’자는 영어권에서 경기를 말할 때 가장 꺼리는 경기 후퇴(recession)의 약자다.

▷투자 소비 수출의 삼각형이 제 모습을 갖추면 버틸 수 있다. 올해는 반짝 경기보다는 안정 성장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기업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씨를 뿌리는 시기로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 ‘rear’라는 단어엔 ‘높이다’ ‘(말이) 뒷다리로 버티고 서다’라는 뜻도 있다. 우리 경제도 버텨야 하는데 그러려면 역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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