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 관련한 불법행위는 사후에라도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겠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2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노동계에는) 아직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투쟁할 때 법 준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타성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고용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4,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중기 고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데 노사관계에도 마찬가지인가.
“우리가 15년 이상 민주주의를 했는데 지금도 시위 행태를 보면 후진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우리 민주주의의 어두운 뒷골목이다. 민주사회에서 법은 권력자도 지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특검을 받아들이고 조사받았다. 법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다. 노동운동가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은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면담을 취소했다.
“저는 대통령과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법 위반이 있었다고 해서 누굴 안 만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만나서 바람직한 노동운동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
―민주노총은 6월 말∼7월 초 공공부문 중심의 총력투쟁에 나설 방침을 밝혔는데….
“공공부문의 방만함을 놔두고 철밥통을 그대로 지키면서 민간에 합리화(구조조정)를 요구할 수 있을까. 합리화를 저지하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을 살리면서 선진화하자는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대국적 역사적 안목을 가져야 진보적 노동운동이다. 지금은 기득권을 절대 놓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보수적 노동운동이다.”
이 대목에서 이 장관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도태되고 조직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사라지게 된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는데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개념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사실 이것은 기업을 멀리한 노무현 정부와의 상대적인 개념에서 나온 것이지 노동자를 제쳐놓고 사용자하고만 가깝게 지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노사관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기본 원칙은 노사 자치, 노사 자율이다.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정부가 뭐 하느냐, 왜 그냥 내버려두느냐’고 하는데 자율이라는 것은 참으면서 기다려야 나타난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노사가 룰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기업도 위법 행위를 저지른 뒤 정부에 기대어 해결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간다면 미국 법 어기고 경영할 수 있겠는가.”
―룰을 어기면 어떻게 하나.
“과거처럼 법은 안 지켜도 좋다는 식으로 돼서는 안 된다. 다만 노동법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노사 의견을 들은 뒤 각계에 그런 지적이 타당한지 물어 고칠 생각도 하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란 무엇인가.
“선진국들은 강한 노조가 있는 나라든 어디든 노사가 협력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우리는 여전히 반목과 적대적 패턴이다. 그런 구시대적 후진적 관계에서 민주적 협력관계로 나가는 것이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외국의 경우 우리의 필수공익사업 부문에서는 아예 파업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업장에서도 필수 인원만 남겨놓고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선진화된 입법이라고 본다. 물론 위헌 소송을 내서 위헌 판정이 난다면 법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만 제도 자체가 노사 협의를 우선하도록 한 만큼 노사가 잘 대화하고 협의해 나가길 바란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평가하자면….
“평가라는 것이 주관적인데 실업 문제와 취약계층 보호 등 노력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다고 본다. 지난 정부에 대한 예우를 더해 100점 만점에 60점가량 주겠다.”
:이영희 장관 약력:
이영희 장관 약력 △1943년 경북 경산 출생 △경기고, 서울대 행정학과 △인하대 법학과 교수 △인천시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총 자문위원 △한국노동법학회 이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 원장 △초대 여의도연구소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정책자문위원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