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印度富者

  • 입력 2008년 3월 7일 21시 15분


인도는 천국과 지옥, 전생(前生)과 현생(現生), 세계 최고의 부호와 무소유(無所有)의 수행자가 공존하는 대륙이다.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톱 10’에 인도 부자가 4명이나 포함됐다. 인도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성장을 지속해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부(富)의 분배가 편중된 편이다. 인구의 27.5%가 국가가 정한 빈곤선인 하루 40센트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관광지마다 손을 벌리는 거지가 즐비하다.

▷이런 나라에서 부자들의 생활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5번째 부자로 등극한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재벌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아내의 44세 생일 선물로 566억 원짜리 자가용 비행기를 사주었다. 암바니 회장의 주문에 맞춰 제작된 이 비행기에는 최첨단 사무실, 침실, 샤워실, 바가 설치돼 있다. 그는 뭄바이 교외에 27층짜리 초호화 저택을 짓고 있다. 세 가족이 거주할 주택은 관리 인원만 600명이고 주차장은 차량 168대를 수용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 미탈스틸의 락시미 미탈 회장은 재산 450억 달러로 포브스 세계 부자 순위 4위에 올랐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그는 2004년에 1억2800만 달러(약 1216억 원)를 주고 주택을 구입했다.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이지만 암바니 회장의 주택이 완공되면 1위 자리를 내줄 판이다. 인도 출신 부자가 많은 것은 영국 식민통치를 받으며 자본주의 세례를 일찍 받은 영향이 크다. 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1875년 탄생한 뭄바이증권거래소는 인도의 자본 축적을 도왔다.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현실에서도 부자를 증오하는 국민 정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을 4계급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카스트 제도는 법으로 금지됐지만 현실 속에서는 살아 있다. 힌두교의 업(業)과 윤회(輪廻) 사상에 따르면 현재의 삶은 전생에서 예정됐다. 극빈(極貧)의 천민도 다음 생에서는 최상위 브라만 계급의 부자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으니 부자를 질시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걸까.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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