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飮酒의 사회적 비용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우리 민족만큼 음주가무(飮酒歌舞)와 풍류를 즐기는 민족은 드물다. 술은 서먹한 사이를 가깝게 해주고 동류의식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술 한잔에 걱정 스트레스 긴장 고독감 자기회의 불행감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술에 관한 한국인의 ‘창의성’은 놀랍다.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는 폭탄주 문화가 대표적이다. 퇴근길 음주라면 맥주든 위스키든 한두 잔으로 끝내는 서양과 달리 한국인은 마시기 시작하면 술이 사람을 마실 지경이 돼야 끝나기가 예사다.

▷지난해 우리의 소주 소비량은 33억1950만 병으로 1인당 69병이나 됐다. 맥주는 41억921만 병을 마셨다. 위스키 5155만 병(500mL 기준)을 소비한 ‘위스키 소비 강국’이다. 참살이(웰빙) 문화의 여파로 와인이 위스키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전체 술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술잔을 거부하기 힘든 직장 회식문화와 접대문화는 술 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술로 인한 실수에 관대한 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선미 박사팀이 조사한 ‘음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연간 20조990억 원이나 됐다. 국내총생산(GDP)의 2.9%에 해당하는 돈이 직간접으로 술 때문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음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7조8050억 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술값 자체에 들어가는 4조4702억 원 외에 음주 관련 질병의 의료비용, 숙취 해소용 음료 구입비, 음주 관련 사고의 재산 피해액까지 포함한 것이다. 캐나다(1.09%) 프랑스(1.42%) 스코틀랜드(1.19%) 같은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많다.

▷한 양주수입판매업체가 시민단체와 함께 건전 음주 캠페인 슬로건으로 ‘슬로 슬로 퀵 퀵’을 내걸었다. 라틴댄스 리듬처럼 들리는 이 구호는 ‘술은 천천히 마시고 술자리는 빨리 끝내자’는 뜻이다. 여러 번 나눠 마시기, 잔 돌리지 않기, 물 자주 마시기, 2차 3차 강요하지 않기, 끝낼 시간 미리 정해 두기 같은 건전 음주 5대 실천 강령도 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은 물론이고 직장 가정 그리고 사회에까지 해독을 끼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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