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홍사]새만금, 첨단산업-관광단지로 개발하자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 문구는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 사용될 것이다. 그런데 당장 새 부대가 하나 필요하다. 10년 이상 지체되고 있는 새만금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새만금은 당초 국토 확장, 농지조성, 치수 등을 목적으로 추진된 총면적 401km²(내부 토지 283km²)의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방조제 건설 등 개발사업이 착수된 이후 개발 방향의 논란, 환경 문제 등으로 당초 2004년 완공 목표가 2011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착공 후 많은 세월이 흐르다 보니 당초의 국토 확장이나 농지조성 등 개발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런데 여전히 개발 방향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새만금 개발사업의 추진방향에 일대 변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것은 기존 농지 70%, 기타 개발용지 30%의 비율을 역전시키는 획기적인 계획이다. 이에 대해 농지 보전을 주장하는 측과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새만금은 이제 새 부대에 담아야 할 새 포도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 사업 출발이 국토 확장이나 농지조성에서 비롯됐을지라도 이제는 대내외적 환경이 달라졌다. 천연자원이 빈약해 오로지 인력과 기술의 부가가치로만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국가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새만금은 국가의 경쟁력 확보에 활용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토지 이용에 대한 변화를 계기로 새만금에 담아야 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최근 서비스 산업과 연계돼 ‘관광형 개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경쟁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서해안 벨트에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들을 한번 살펴보라. 모두 골프장, 레저단지 일색이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새만금 리조트 개발은 경쟁력이 없다.

두바이를 보라. 뭐든지 세계 최고, 세계 최대라는 슬로건을 이룩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하루빨리 경쟁력 있는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동북아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서해안시대의 핵심 개발 축으로 활용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검토한 신항만 건설, 항공우주산업 및 세계경제자유기지의 조성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반도체와 인터넷, 통신 강국으로서의 이점을 살리거나 고령화사회와 중국 수요에 맞추어 특화된 관광과 레저 등의 서비스업도 검토해 볼 만하다.

새만금의 농지 개발에서도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환경오염으로 제대로 된 식재료에 목말라 있는 세계 인구를 겨냥한 친환경 농산물의 재배와 양식, 가공 등 고부가가치의 유기농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농업 개방에 대비한 실질적 농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형 농업, 농장의 개발도 필요하다.

더는 간과할 수 없는 큰 문제는 개발 속도다. 중국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세계경제는 점차 선점이 독점으로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논란에 빠져 특별한 성과 없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

개발 콘셉트의 조속한 확정과 함께 시행 주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각기 다른 개발 방향이 하루빨리 통합돼 동일한 목표로 조정돼야 한다.

새 정부의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 확보, 그것은 새 부대를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도 새 부대에 담겨 새로 출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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