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치학계 ‘대표’ 이정희-고바야시 요시아키 교수 대담
18일 한국과 일본 정치학계 ‘대표’가 마주 앉았다.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와 한일관계 미래를 전망하는 대담을 위해서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가진 이날 대담에 참석한 이정희 한국정치학회 회장과 고바야시 요시아키(小林良彰) 일본정치학회 이사장은 한국의 새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한일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여전히 산적한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고바야시 이사장은 “역사를 잊지 않으면서 (한일이) 더 좋은 관계, 새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에서 마침 이명박 정부가 출범해 아주 좋은 타이밍이고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 한중일 협력과 함께 미국과 4자관계 중시를
이정희 - 젊은 세대 교류 확대로 양국 이해 폭 넓어져
○ 한국-일본 새 정권에 대한 기대
▽고바야시 요시아키=일본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다. 원래 정부와 시민은 (견해가) 다를 수 있는데 외국인들은 둘의 생각이 같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비판적이자 한국 국민이 일본에 비판적이라고 생각했고, 일본이 한국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정희=국민은 노무현 정부가 참여의 정치를 실패로 이끈 데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뽑고도 지속적으로 견제와 감시를 한다. 이게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력이다. 얼마 남지 않은 4월 9일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국회 출범의 의미를 지켜봐야 한다.
▽고바야시=이 대통령 선출에는 경제 문제가 중요했다. 경제는 결과가 숫자로 나타난다. 국민들은 2, 3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으면 생각이 변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주목한다. 여당이 의석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이명박 정부 향방의 열쇠가 될 거라고 본다.
▽이=일본 후쿠다 정권은 초기 지지율 58%에서 몇 달 만에 38% 중반으로 떨어졌다.
▽고바야시=이유는 많다. 실종된 국민연금 기록의 행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신자유주의를 전 정권에 비해 잘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일본이나 한국이나 국민 경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돼 한국 정부가 (국민의) 기대치에 쉽게 부응할 수 없어 1년 후 어려운 처지가 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현재 이 대통령에 대한 80% 가까운 지지가 50%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단기적 결과는 4월 9일 총선으로 나타날 것이다.
○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와 전망
▽고바야시=‘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말에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래지향의 의미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이 반만 이해하고 있다면 오해가 생긴다. 한국인은 과거를 잊지 않고 있는데 일본은 ‘미래’에만 방점을 두고 기대만 하면 옳지 않다고 본다. ▽이=전적으로 동감한다. 한국 국민의 과거에 대한 인식과 자세는 계속될 것이다. 후쿠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가지 않는 것은 발전이지만 아직 역사인식, 역사 교과서, 영토(독도) 문제 등이 잠재해 있다. 이에 대해서 양국이 지속적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연구도 함께 해야 한다.
다행히 젊은 세대들은 한류와 일드(일본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다.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 우리의 문제점들을 미래에는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바야시=‘소프트 파워’의 영향이 크다. 한일 사이에 연간 480만 명의 관광객이 오간다. 일본 지방 정치인들은 한국 관광객이 와야 지역이 발전한다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막는 등 한국의 호의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독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정부와 시민의 생각이 같지 않듯, 일본도 그렇다는 것이다. 정치가의 말을 일본 시민이 모두가 지지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 호의적인 시민이 많다.
▽이=중국의 부상 속에 한일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고바야시=한중일 3자관계에 미국을 더한 4자관계가 중요하다. 중-미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이 리더십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한일 간도 서로 협력해서 과거 역사에서 중국에 ‘지배’당했다는 것을 떠나 서로의 존재감을 내세워야 한다.
:이정희 한국정치학회장:
―전 한국 세계지역학회 회장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박사
―현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 교수
:고바야시 일본정치학회 이사장:
―일본 게이오대 정치학 박사
―현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일본 게이오대 다문화시민의식연구센터 소장
정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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