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1954년 서독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직후 부모가 동독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1990년 통일이 될 때까지 동독 국민으로 살았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말씀을 얌전히 받아 적는’ 모범생이던 그로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의심할 바 없는 진리였다. 외국 국회의원들 앞에서 동독의 거짓역사 교육을 고발하는 메르켈 총리의 연설 속에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안타까움도 배어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구절처럼 진실을 알아야 참회를 할 수도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마음도 생긴다.
▷역사에 대한 무지(無知)도 역사 왜곡 못지않게 부끄러운 일이다. 찬란한 역사를 모르는 국민은 결코 영광된 역사를 재현할 수 없다.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GS칼텍스가 기업 가운데 최초로 사원 채용 때 국사 시험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 회사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확고한 국가 정체성을 가진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대견스럽다.
▷최근 서울 7개 사립대가 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던 1년 전 약속을 백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일본의 역사왜곡 앞에서 우리의 국사 교육은 불안하기만 하다. 해당 대학 총장들에게 “한국사를 모르면 입사할 꿈은 아예 꾸지도 말라”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한 기업이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국사 시험이 각급 학교가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대기업 취직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역사 교육의 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와 학교에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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