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운하의 모순

  • 입력 2008년 3월 28일 23시 00분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26일 발표한 18대 총선 공약집에서는 제외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물줄기를 잇는 초대형 국책사업인 대운하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다른 소리가 나와 혼란스럽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해온 이재오 의원은 25일 ‘국민 뜻을 직접 묻는 방안’을 거론하며 뒷걸음질쳤다. 강재섭 대표는 24일 “원점에서 차분히 검토하겠다.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24일 업무보고 때 대운하 프로젝트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큰 시각에서 우리 국토 구조를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대운하 논란이 총선 득표에 불리하므로 일단은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생각인 듯하다.

대운하 프로젝트는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된 게 없다. 비용과 편익 분석도 사람과 기관에 따라 제각각이다. 왜 하는지, 무슨 돈으로 할 것인지, 효과와 부작용은 어떨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 진영이 각기 다른 논리로 대립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4·9총선에서 대운하 찬반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져 국민 의사를 묻는 작업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럼에도 대운하를 총선 공약집에서 뺀 것은 정정당당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것도 아니니 국민은 헷갈린다.

2000명 이상의 교수들이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을 결성했다. 야권(野圈)은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뒤 특별법을 만들어 대운하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며 ‘속임수 정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반대론에 뭔가 답해야 마땅하다.

국토부는 대운하를 내년 4월에 착공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완공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실무자가 검토한 내부용 보고서’라고 해명했지만 장차관이 까맣게 몰랐을 리 없다. 대운하는 행정력으로 밀어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 국민 뜻을 묻기조차 두려울 정도로 자신 없는 프로젝트라면 그야말로 백지 상태에서 할지, 안 할지를 결정할 합리적 절차를 분명히 제시하고 차분히 이를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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