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선팅을 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와 햇볕 차단 효과 때문이다. 선팅이 직사광선과 자외선을 차단해 운전자의 피부를 보호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여름철엔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막고 에어컨 효율을 높여 연료 소모를 줄인다. 승용차 내부도 일종의 사적(私的)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건전한 풍속에 현저히 위배되지 않는 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겠다는 욕구가 규제돼야 할 이유도 없다.
▷경찰은 짙은 선팅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선팅 차량을 단속했다. 기존 도로교통법은 ‘10m 거리에서 육안으로 승차한 사람을 식별할 수 없는 정도의 선팅’을 단속 대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단속 기준이 애매하고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2005년 문제의 조항을 ‘자동차 옆면과 뒷면 창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40% 미만인 경우’로 바꿨다. 올해 6월부터 새 조항에 따른 단속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운전자와의 실랑이에 지쳐 단속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요즘은 선팅 기술이 발달해 밖에서는 자동차 안이 안 보여도 자동차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인다. 범죄와 직접 관련이 없으면 경찰관이 남의 집 안방처럼 자동차 안을 꼭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없다. 법제처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으로 국민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대표적 사례로 자동차 창유리의 선팅 농도 규제를 꼽았다.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데다 효과도 불분명한 규제인 만큼 관련 조항을 조속히 폐지하는 것이 옳다. 선팅뿐이 아니다. 주위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없어도 될 규제가 곳곳에 널려 있다.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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