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박근혜 마케팅

  • 입력 2008년 3월 31일 03시 00분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한뜻, 한마음으로 함께 웃고 함께 보듬었던 형제였습니다.’ TV 광고는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을 보여 주면서 이런 내레이션을 내보낸다. 그리고는 곧바로 박근혜 전 대표의 공천 비난 기자회견 장면이 이어진다. “결국 저는 속았습니다.” 멋모르고 TV에 시선을 준 시청자들이라면 “저게 뭐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법도 하다. 박근혜 마케팅을 노린 친박연대의 총선 광고다.

▷친박연대의 광고는 오락 프로그램이나 영화 선전에 종종 사용되는 ‘노이즈(noise·소음) 마케팅’을 연상시킨다.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조장함으로써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판매기법이다. 지난해 대선 때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허본좌’라는 별명까지 얻은 허경영 후보의 박근혜 마케팅도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친박연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문제를 삼으면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우리에겐 더 좋은 일”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영남권의 친박연대 후보들 사이에선 “박근혜 사진 앞세우고 무조건 울고불고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박근혜 마케팅’을 두고 “정치를 이렇게 코미디처럼 만들 수 있느냐”는 비난도 많지만 정작 박 전 대표는 별 말이 없다. 그는 지역구(대구 달성)에서 연설보다는 주민들과 만나 인사하고 악수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라는 브랜드가 친박연대의 선거운동, 뒤집어 얘기하면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리는 운동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박 전 대표가 모를 리는 없다.

▷친박연대에 대한 지지율은 박 전 대표의 ‘무언(無言)의 응원’이 계속되는 동안 0.2%에서 7.1%로 급상승해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는 것이 친박연대 측 주장이다. 서청원 공동대표는 “지지율이 12% 정도까지 올라가 비례대표도 7∼8석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노이즈 마케팅엔 한계가 있다고 광고전문가들은 말한다.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반복할 경우엔 신뢰를 잃고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노이즈 마케팅’은 어떨지 모르겠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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