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단 안으로 들어서면 수많은 이름이 눈길을 끈다. 1만3500여 명의 희생자 이름을 마을별로 나누어 검은색 대리석 벽면에 새겨놓았다. 희생자 수에 새삼 놀라게 된다. 유가족은 3만 명에 가깝다. 제주도4·3사건이 제주도 땅에 얼마나 엄청난 불행의 씨앗을 뿌렸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위령제단과 위령탑 제막에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평화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유가족과 진보단체 등은 “60년간 소외됐던 희생자들의 역사를 바로잡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재향군인회 같은 보수단체 측은 “좌익 편향 시각의 기념관”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남로당의 전단과 ‘경찰 탄압에 저항’ ‘가혹하게 이어진 학살’ ‘제주도는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띈다. 총살 장면과 진압부대장 사진도 보인다. 남로당 인민위원회를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해방 후 남한에 들어온 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했다. 좌익 폭도들의 만행을 감추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사료(史料)기념관이 새로 들어서면 논란은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름부터 ‘4·3폭동’으로 부르는 보수단체들은 “억울한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는 필요하지만 사건의 성격 전체를 탄압이나 학살로 보는 시각은 역사 왜곡”이라고 말한다. 사건의 도화선이었던 남로당 무장봉기를 객관적으로 다룬 자료가 함께 전시된다면 비극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제주도청 주관으로 ‘제주 4·3범도민위령제’가 열린다.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추도사가 어떤 의미를 던질지 관심거리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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