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소설을 쓰기 위해 도스토옙스키가 즐겨 읽은 것은 신문이었다. 석 교수는 신문광(狂)에 가까운 그의 면모를 소개한다. ‘기사 하나하나를 게걸스럽게 읽었다. 외국 체류 중에는 돈을 빌려 달라고 호소할 때와 똑같이 절실한 어조로 지인들에게 러시아 신문을 보내 달라고 읍소했다. 신문에 대한 집착도 도박 중독처럼 처절한 점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신문을 읽지 못하면 독자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그가 남긴 대표작들은 신문에 났던 범죄 기사에서 소재와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세기를 넘는 문학적 생명력은 ‘지금 현재’ 일어나는 가장 통속적인 일상에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버무렸기 때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흘렀지만 그가 통찰했던 ‘신문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트렌드 변화를 아는 데 신문만 한 것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내에 가치투자 붐을 일으킨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도 신문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은 현재와 미래 트렌드 속에서 가치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이 돈이고 비즈니스다. 선진국들이 학교에 신문을 무료 공급하고 신문 활용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신성장산업을 보는 미래 세대의 아이디어를 키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오늘은 52회 신문의 날이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