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장영근]한국우주인이 쏘아올리는 꿈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베어스턴스 투자은행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에 달러의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다. 달러화 중심의 세계경제 체제가 위험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미국으로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굴욕은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우주항공기술 등의 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내준 지 이미 오래다. 가전제품 시장은 일본 한국 중국 및 대만 제품으로 오래전에 대체됐다. 아직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의 상당수 전기전자부품은 서서히 일본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우주분야도 러시아의 경제 회생과 중국의 우주기술 발전전략으로 조만간 최고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계획을 입안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 및 천문학적인 비용 조달 등의 문제로 계속 지연됐다. 1990년대 초반 미르 우주정거장 운영경험을 갖고 있는 러시아 등 16개국을 끌어들였다. 러시아의 체제 붕괴 및 재정난과 함께 우주정거장 건설은 표류를 거듭하다 1990년대 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서는 우주왕복선 및 러시아 유인우주선 소유스가 수십 차례 왕복해야 한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 사고로 또다시 건설이 중단됐다. 결국 국제우주정거장은 예산, 기술, 일정 등의 한계로 기존 크기의 3분의 2 정도로 줄여 2010년 완공된다. 2010년 이후에는 미국은 유인우주선의 부재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 디스커버리, 엔데버호는 2010년이면 모두 은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령이 25년 정도 돼 안전성을 고려해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70년대 재사용이 가능한 현재의 우주왕복선을 설계할 때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우주로 갈 때는 로켓에 업혀 가지만 지구로 귀환할 때는 대기권을 통과하며 기존의 항공기처럼 활주로에 착륙하는 방식이다. 재사용 우주선은 발사 때마다 4000억∼5000억 원의 비용이 든다. 기술적으로 신뢰성이 월등한 것도 아니다. 결국 미국은 1회용 우주선인 소유스나 아폴로 방식의 모듈을 사용하고 귀환 시에 낙하산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회귀할 계획이다.

개발 중인 차세대 유인우주선은 2015년 이후에나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에 국제우주정거장이 완공되면 미국은 최소 5년 이상 러시아의 소유스 유인우주선을 임차해야 할 판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이 완공돼도 정기적으로 우주비행사를 교체하고 각종 화물을 운송해야 한다. 적어도 이 기간 중 미국은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사건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우주에서의 우위를 빼앗기는 굴욕스러운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8일이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 주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에게는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유인우주선을 개발하고 운영할 정도의 기술은 아직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의지와 과학기술 인프라가 있다. 우주개발은 모든 과학기술의 기반이다. 우주기술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국가의 생존과 연계된 전략기술로서의 의미도 크다. 우주분야에서의 미국의 위기를 보며 한국의 기회를 떠올리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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