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속 개인의 삶도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와 그린빌 주민들의 엇갈린 운명이 대표적이다. 홀랜드에는 독일 다국적 기업 지멘스가 4년 전에 들어와 일자리가 두 배로 늘었다. 그린빌은 스웨덴 다국적 기업 엘렉트로룩스가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주민 8000명 중 2700명이 실업자로 나앉았다.
▷얼마 전까지는 정반대였다. 홀랜드 주민들은 1990년대 ‘IT 거품’이 꺼지면서 수천 명이 실직자로 전락했다. 그린빌 주민들은 30여 년 전 엘렉트로룩스 공장이 들어서자 ‘이제 죽을 때까지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안심하며 살았다. 2년 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떠나는 기업에 임금 삭감과 파격적인 감세까지 제시했지만 그린빌 사람들은 이웃 멕시코 노동자들과의 인건비 경쟁에서 졌다.
▷그린빌 주민들의 삶처럼 세계화에도 그늘은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2000년 이후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을 연평균 3.2%씩 늘린 1등 공신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1세기 첫 10년간 경제 성장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고 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경영컨설팅 그룹 에이티커니가 2000년 개발한 세계화 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에 통합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30∼50% 더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 글로벌지수는 전년에 비해 여섯 단계 추락한 35위였다. 두 도시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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