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두 도시 이야기

  • 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계화 역사를 세 시기로 나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횡단해 신세계를 발견한 1492년부터 1800년 전후까지가 첫 시기라면 두 번째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1800년대 무렵에서 초기 인터넷이 나온 2000년까지다. 초기 글로벌 경제를 탄생시킨 2000년까지만 해도 지구는 둥글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노동인구가 30억 명으로 급증하고 정보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세계화 3기로 진입했다. 전 세계 모든 지적 자산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돼 지구가 ‘평평해졌다’.

▷세계화 속 개인의 삶도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와 그린빌 주민들의 엇갈린 운명이 대표적이다. 홀랜드에는 독일 다국적 기업 지멘스가 4년 전에 들어와 일자리가 두 배로 늘었다. 그린빌은 스웨덴 다국적 기업 엘렉트로룩스가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주민 8000명 중 2700명이 실업자로 나앉았다.

▷얼마 전까지는 정반대였다. 홀랜드 주민들은 1990년대 ‘IT 거품’이 꺼지면서 수천 명이 실직자로 전락했다. 그린빌 주민들은 30여 년 전 엘렉트로룩스 공장이 들어서자 ‘이제 죽을 때까지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안심하며 살았다. 2년 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떠나는 기업에 임금 삭감과 파격적인 감세까지 제시했지만 그린빌 사람들은 이웃 멕시코 노동자들과의 인건비 경쟁에서 졌다.

▷그린빌 주민들의 삶처럼 세계화에도 그늘은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2000년 이후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을 연평균 3.2%씩 늘린 1등 공신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1세기 첫 10년간 경제 성장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고 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경영컨설팅 그룹 에이티커니가 2000년 개발한 세계화 지수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에 통합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30∼50% 더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 글로벌지수는 전년에 비해 여섯 단계 추락한 35위였다. 두 도시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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